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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vice Design/서비스 주변의 이야기들

내가 새벽 5시에 주차를 했다고? - 주차장 앱 서비스 이야기

새벽 5시, 갑자기 날아온 알림톡 하나

 

"MPASS 가능한 주차장에 입차했습니다."

 

새벽 5시 42분. 갑자기 날아든 알림톡 하나에 잠이 깼습니다. 발신자를 보니 [모두의 주차장] 알림톡이었고, 제 차가 지금 어느 주차장에 입차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잠깐.... 이게 무슨 소리지? 내가 지금 이불속에 누워있는데 내가 어느 주차장에 들어갔다고? 지금 이 시간에? (참고로 제 차는 저 혼자만 운전합니다.)

 

카카오톡 알림톡
이게 무슨 소리야??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혹시 차가 도난당했나?'였습니다. 그리고 MPASS는 뭐였더라? 대충 읽어보니 KAKAO T 자동 주차 정산 시스템과 유사한 서비스 같았습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결국 '별 일 아니겠지'라는 마음으로 다시 잠에 들었습니다. 거의 이틀간 운행을 안 했던 차였어서 '혹시나'하는 마음도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사실 훔치려면 다른 좋은 차들을 훔치지, 뭐하러 내 구닥다리 차를 훔치겠나 싶긴 했죠. (그래서 굳이 주차장으로 내려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럼, 이 알림톡은 뭐지?

이 상황에서 [모두의 주차장] 앱을 실행시켰을 때, 다음과 같은 팝업이 나를 맞이했습니다. 이런... 단순 알림 오류였으면 했지만, 아무래도 내 차가 어딘가 제휴 주차장에 입차된 것으로 인식된 것이 맞는 모양입니다. 

 

주차 알림 팝업
앱을 실행 시키니, 아니나 다를까...

 

바로 든 다음 생각, 그럼 요금은?? 저는 [모두의 주차장]을 꽤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당연히 주차권 구매를 위한 결제용 카드도 등록이 되어 있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골치 아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MPASS 메뉴를 눌러 주차 현황을 확인해 보았죠. (참고로 이미지는 나중에 고객센터와 연락을 취하면서 따로 캡처한 것)

 

주차 현황 이미지
그나마(?) 다행이랄까...

차곡차곡 주차요금은 쌓이고 있는 상황. 그나마 MPASS 서비스에 따로 결제 카드를 등록해야 하는 결제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안내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존 주차권 구매용으로 등록해둔 카드도 우선 삭제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고객센터 메뉴를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이용안내 메뉴에 FAQ로 명시가 되어있었습니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FAQ 안내 이미지
...'고갱님의 착각이 아닌지 잘 생각해보세요'

 

위 내용에 텍스트가 꽤 길게 적혀 있는데, 정리해보면 간단하게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다.

 

"고객님의 차를 다른 사람이 갖고 나간 거 아닌지요?"

 

 

 

어떤 상황인지는 알겠지만...

아마 이 서비스 런칭 이후에 접수된 문의 사항 중 대다수가 이런 경우였기 때문에, FAQ가 이런 방식으로 작성되었을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특히 연령대가 높은 고객일 경우, "나 자신"이 운전하지 않았는데 왜 알림이 "나한테" 오냐!라고 문의를 할 경우도 예상이 가능하죠. 

 

그래서 '고객님의 차량 번호가 인식되면 알림이 갑니다. 운전을 누가 하든 간에요-'라는 안내를 충분히 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삼성/LG 가전제품의 [고객센터 전화하기 전에 잠깐만!] 류의 페이지에 있는 '전원이 안 들어와요 - 전원 코드가 꽂혀있는지 확인합시다.' 레벨의 내용입니다. 과연 이 케이스가 아니면 이런 문제는 없는 것일까요?

 

 

 

FAQ 읽어봤어요...ㅠㅠ

카카오톡 문의하기로 해당 내용을 문의했더니, 1차로 돌아온 답변은(두둥) FAQ 내용을 그대로 복사한 내용입니다. 아, 네. 읽어봤는데 제 차는 이틀 째 운행을 안 하고 있고 저희 집 주차장에 잘 있답니다...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고객센터 답변 안내 톡
아니라구요

 

잠시 후, 다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번호판 인식 오류로 인한 착오 알림일 것이다. 삭제해 드릴게요.'였습니다. 결제도 등록을 안 해놨다면 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요. 우선 그렇게 처리를 진행을 요청하고, 제 앱에서 더 이상 주차 현황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서 우선 상황은 일단락되었습니다. 

 

 

어쨌든, 처리 완료. 찜찜하다.

 

 

 

가능성은 낮지만, 그래도 꽤 골치 아픈 이슈

이번 일은 아마, 비슷한 차 번호가 인식을 잘못하여 생긴 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별 일 아닌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이런 문제는 주차장의 번호판 인식기와 연계되어 꽤나 골치아픈 상황을 일으킬 수 있는 이슈입니다. 

 

이미지 프로세싱을 통해 OCR을 진행하게 되는 방식일 텐데, 결국 이런 방식은 100%의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흔히 비/눈이 올 때나 주차장 진입로가 경사나 꺾이는 길목에 있을 때, 여러 가지 이유로 번호판이 인식이 되지 않아 차단기가 열리지 않았던 경험은 있으실 거예요. 

 

 

주차장 입구
주차장 진입 과정에서 곤란했던 적, 다들 있을겁니다.

 

 

차라리 인식을 아예 못해버리면 모르겠는데, 비슷한 다른 글자 번호로 인식하고 통과시켜 버리면 그 뒤로는 꽤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저도 실제로 용산의 한 대형 상가에 입차할 때 뒷 네 자리는 맞지만 앞자리 번호를 잘못 인식해버려서, 식당과 매장에서 주차 할인을 받을 때 꽤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내가 MPASS 결제를 등록해 뒀다면...?

앞서 저는 제가 MPASS 서비스에 카드를 등록해두지 않아서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만, 만약 결제가 이루어져 버렸다면? 문제는 생각보다 커졌겠죠. 저는 해당 주차장에 연락해서 결제가 잘못되었으며, 당신들의 시스템에 등록된 차의 차주이지만 나는 당신들의 주차장에 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환불을 받아야 합니다. 덤으로 주차장 입장에서는 그 누군가를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 되지요.

 

아마 예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 업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온전히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되어버립니다. 

 

 

"가짜 번호판으로 도용되었을 수도 있어요!"

이 상황에 대해 검색을 하다 보니, 카카오T에서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분이 계시더라구요. 갑자기 뜬금없이 카카오T 발렛 알림이 와서 여기저기 가족들에게 확인해보고, 카페에도 문의글을 남기셨는데...백방으로 알아본 끝에 결국 해당 건물의 주차장에서 번호를 수기로 입력하는 중에(발렛 서비스) 오타가 난 것으로 확인이 되었고 그렇게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느닷없이 발렛 서비스 알림을 받은 당사자는, 이게 무슨 일인지 불안에 떨어야 했죠. 답글에는 간혹 가짜 번호판으로 도용된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있어서 경찰 신고까지 준비를 하셨다고 합니다. 해당 건물 주차장 측에 연락했을 때도 리스트를 보면 분명히 당신의 번호로 입차 되었다는 얘기만 반복하길래 결국 '그럼 범죄의 가능성도 있으니 경찰에 신고를 할 예정이며, 협조를 해달라.'라는 부탁까지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분의 글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애타는 사람은 원래 차 주인뿐이고, 카카오T 쪽은 별 관심도 없더라고요.
뭐, 원래 그런 거겠죠?

 

 

책임의 문제가 아닌, 대응의 문제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저는 해묵은 '플랫폼의 책임 범위'를 얘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시스템과 구조 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서비스들이 얼마나 그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갖고 있으며, 예외 상황을 가정하였는가? 에 대한 문제입니다. 

 

앞서 말했듯, 이미지 인식 방식의 입/출차 주차장에서는 반드시, 언젠가는 인식 오류로 인한 유저 서비스 플로우가 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손가락질 하는 이미지
누구의 책임일까요

 

 

"그래서 피해 보신 것 있어요? 없으면 됐잖아요."라는 식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지만, 이와 관련된 서비스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얼마나 가정하고 있을까요? '책임'을 지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자동 결제라는 편리한 시스템을 구축함과 동시에, 이런 상황에 대해서 유저가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가 문제입니다. 

 

70%의 확률로, 저는 이렇게 예상합니다(저의 개인적 추측입니다!) 아마 이런 중개 서비스 당사자들은 "그건 주차장의 문제이니까 고객과 주차장이 해결할 문제다."라고 정의하지 않았을까요?

 

네, 저도 동의합니다. 카카오T나 모두의 주차장이 '책임'질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미 해당 시스템과 결제는 주차장 앱 서비스들도 연계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명확히 가이드를 각 당사자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협의를 하거나, 최소한 트러블이 발생했을 경우에 취할 수 있는 조치와 안내를 해줘야 할 것입니다. 

 

 

내가 주차 관련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

실제로 저는 카카오T의 자동 결제 서비스가 런칭 되었을 당시, "이렇게 편한 서비스가 나오다니!"라고 환호하며 바로 등록을 했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이용 직후 두 번의 문제 - 이중 결제, 인식 문제 - 를 경험하고 난 뒤 다시는 주차 관련 자동결제를 이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위의 경우와 같은 문제 발생의 가능성이며 두 번째 이유는 그 과정에서 문제 해결 과정이 너무나 골치 아팠기 때문입니다. 

 

지하 주차장 대표 이미지
저는 주차관련 자동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조금 거칠게 생각해보면, 저는 이런 모빌리티 서비스들의 자동결제 비즈니스가 확장되는데 발목을 잡을 가장 큰 요소는 이와 유사한 트러블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한두 번만 해보게 되면, 고객들을 결국 이 서비스를 신뢰하지 않게 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그런 불안감을 안고 이용하기에는 얻을 수 있는 편리함이나 혜택이 크지 않습니다. (할인 적용 등의 문제도 있고, 사전 정산 기기 정도만 이용해도 큰 불편함이 없으니까요)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결국 '고객을 편하게 만드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 냈지만 한 편으로는 고객이 그로 인해 '새로운 불편'을 마주하게 된다면, 결국 그 서비스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소한 해프닝 하나에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문득 "그건 우리 책임이 아니지"라고 말하는 누군가가 상상되어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 했습니다.